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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캠페인 Case Study

먼저 잡아야 돈 번다! ‘젊은 개미’ 공략 마케팅 경쟁

지난 2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 나스닥 타워에 한글 광고가 실렸습니다.

“동학개미의 성공투자, 삼성증권이 함께 합니다”

 

지난 4월에도 나스닥 타워에 한글 광고가 실렸습니다.

"미국주식도 키움증권, 서학개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아, 대한민국 ‘개미’로서 제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사진 출처: 이투데이

앞서 본 광고는 삼성증권, 키움증권, KB증권이 홍보 목적으로 미국 뉴욕 나스닥타워에 진행한 1회성 캠페인입니다.

 

요즘 ‘주식’ 투자 많이들 하시죠? 저 역시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뒤 단단히 물려 있는ㅠㅠ) ‘개미’입니다.

‘개미’는 주식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주식투자자를 일컫는 투자용어인데요. 지난해 3월, 글로벌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급락하자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급격히 늘어나고, 국민들의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 투자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자 증권사들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광고와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펼치며 공격적인 브랜딩,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오늘 저는 동학개미운동 열풍 이후 나타난 증권사들의 마케팅 변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증권사 마케팅 경쟁의 배경]

앞서 언급했듯, 증권사들의 마케팅이 이전부터 활발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 15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를 통해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광고선전비로 집행한 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지난해 광고선전비 합계는 2406억5536만원으로 이는 전년보다 33%(595억8358만원) 증가한 수치입니다.

 

대형 증권사들의 이같은 광고비 확대는 동학개미운동 이후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 57곳의 당기순이익은 5조9148억원으로 전년(4조8945억원) 대비 20.8% 증가했고, 이 중 수수료 수익은 13조6511억원으로 전년 9조4938억원보다 43.8% 늘었습니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

그렇다보니 브로커리지 부문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들의 마케팅비용 증가폭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국내 브로커리지 부문 점유율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증권사 중에서 가장 많은 광고선전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증가율도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높았는데, 키움증권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전년 대비 103.5% 증가한 529억 원이었습니다.

 

또 다른 브로커리지 강자,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역시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렸습니다. 삼성증권의 2019년 광고선전 비용은 182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무려 86% 증가한 340억 원을 광고선전비에 사용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광고선전비로 488억 원을 집행했는데, 이 역시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도 전년 대비 42.6% 증가한 144억원의 광고선전비를 기록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의 광고선전비는 17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9.3%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증권사 마케팅의 타겟은?]

사진 출처: 데일리안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했다”며 연일 뉴스가 이어졌었는데요. 이런 ‘주식 열풍’의 중심에는 젊은 투자자의 유입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으로 주식시장에 새로 유입된 신규 투자자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였습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신설된 계좌 중 70%가 30대 이하 젊은 층이었고, 신한금융투자는 67%, 키움증권은 57%, KB증권은 56%의 신설 계좌가 30대 이하 젊은 층의 몫이었다고 합니다.


[2030 젊은 개미 공략하기1]

이들 세대의 유입이 두드러지다보니 증권사는 2030세대가 친숙한 방식의 광고마케팅에 공을 들였습니다. 대표적으로 활용된 전략은 바로 2030세대에게 매력적인 광고 모델을 기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카카오TV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방송인 노홍철을 새 광고 모델로 발탁했습니다. 노홍철은 카카오TV의 예능 프로그램 ‘개미는 오늘도 뚠뚠’이라는 투자 프로그램에 출연 중입니다. 출연진들이 실시간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조언하는 방송 안에서 노홍철은 주식투자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며 초보 주식투자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노홍철은 이 프로그램에서 ‘홍·반·꿀’로 불립니다. ‘홍철이 반대로 하면 꿀’이라는 줄임말로, 노홍철이 특정 주식 종목을 매수하면 하락하고, 매도하면 상승하는 모습을 희화화 한 신조어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로 초보 주식투자자를 이르는 말)들의 웃음과 공감을 유발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를 차용해 ‘홍·반·꿀(홍철이가 쏜다! 반가운 꿀혜택)’ 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이 광고 모델입니다. 려욱은 광고영상 ‘미래에셋 스마트머니’에 취업준비생 역할로 출연했습니다. 이 광고에서 “주식투자에 자신있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려욱은 본인의 유행어인 “자신있어”를 외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유행어라, TV광고가 나왔을 때 바로 TV를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광고 역시 저와 같은 MZ세대를 공략하고자 우리 세대에 통하는 재치 있는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KB증권 광고모델은 이승기가 맡았습니다. 국민하면 이승기, 이승기하면 국민이 떠오를 정도로, 이승기는 오랜 기간 KB금융그룹의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데요.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접한 KB금융그룹의 광고 모델, 이승기를 KB증권에도 기용한 것은 분명 대중의 인식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키움증권은 자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영웅문’과 이름이 같은 가수 임영웅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TV광고는 물론 젊은 세대의 사용량이 많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웅이도 영웅문한다’는 광고를 제작해 배포하며 최근 증권사 중 최초로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기생충 배우’ 이선균을 모델로 기용, 'Sell 타이밍을 알려주는 티레이더' TV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배우 전미도가,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축구선수 손흥민과 배우 김수현이 활약 중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은 배우 이서진을, 삼성증권은 배우 손담비 등을 기용했습니다.

 

이렇듯 모든 증권사가 대중에게 익숙한 유명인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집행함으로써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자 전쟁을 벌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광고 모델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네요. 광고 모델의 연령대가 낮고, 2030에게 익숙한 모델들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은 특히 2030 중심의 잠재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자사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30 젊은 개미 공략하기2]

계좌 개설 시 투자지원금을 지급하는 마케팅 방식도 많은 증권사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특히 계좌를 개설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거나, 국내외 주식을 소액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계좌 개설이 활성화 되자,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매체에 금전 보상의 내용을 담은 광고를 게시하고, 증권사 어플리케이션으로 유도해 바로 계좌를 개설하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금전 보상으로 주식 투자에 입문했는데요. 주거래은행인 카카오뱅크 어플에서 ‘한국투자증권’ 주식 투자 계좌를 개설하면 해외 주식 만 원치를 준다는 이벤트를 보게 됐습니다. 당시 ‘서학개미운동’으로 해외 주식거래가 핫 할 때라, ‘나도 한 번 시작해볼까?’하는 마음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이후 국내 주식 투자도 같은 계좌로 이용하게 됐답니다.

 

가입 당시 받은 주식이예요! 만 원치 주식이 현재는 만천 원을 조금 넘겼네요. 당시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도 이런 금전 혜택이 빵빵해 어플별 수수료를 비교하며 계좌를 개설했던 기억도 납니다.

 

작년을 넘어 지금도 여전히 금전 혜택을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한화투자증권의 ‘홍·반·꿀’도 최초 비대면 계좌개설 신규고객과 휴면고객을 대상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모바일 국내주식 위탁수수료 ‘평생 혜택’을 제공합니다. 계좌개설 후 이벤트를 신청하면 투자지원금 3만원을 제공하고, 국내주식 거래금액과 5월말 잔고 유지금액에 따라 투자지원금을 최대 6만원까지 지급합니다.

 

지난주에는 ‘토스 증권’에서 계좌 개설시 국내의 어떤 주식이든, 랜덤으로 1주를 제공하는 모바일 이벤트를 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개설에 필요한 신분증, 카드를 찾기 귀찮아 게으름을 피우는 사이 이벤트가 종료돼 정말 아쉬웠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에는 계좌를 개설해 ‘공짜’ 주식만 받은 뒤 실 이용은 하지 않는, 실속만 챙겨 떠나는 일명 ‘체리피커’ 고객이 늘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증권사들은 상품권 지급, 주식 증정 등 금전 보상을 매개로 한 전략을 통해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금전 보상이 신규 2030 고객을 유입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2030 젊은 개미 공략하기3]

친숙한 스타 ‘광고 모델’을 기용하거나, 금전 보상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메신저의 ‘이모티콘’을 활용한 젊은 디지털 캠페인도 있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해 플러스친구를 맺은 이용자에게 15만개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인기 이모티콘 작가 '단발신사숙녀' 작가와 함께 제작한 이 이모티콘은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심리’를 재치 있게 묘사해 인기를 끌면서 초기 물량 5만개는 조기 소진, 추가로 10만개가 이용자들에게 지급됐습니다.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던 시기였던 터라, 주식을 막 시작한 주린이들의 라이프스타일도 잘 파악한 효과도 톡톡히 누린 것 같아요.

 

2030을 비롯한 대중이 자주 사용하는 매체 카카오톡을 활용한 데다, 2030이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보상으로 한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다른 증권사들의 마케팅과는 차별화 되는 디지털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올해 역시 증권사들의 광고선전비 증가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작년에 비해 ‘주식 열풍’이 줄었다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고, 최근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시장에 등장하며 은행 투자에서 증권 투자로의 소비자 변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다수 증권사들은 다시 현금 리워드를 걸고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이벤트를 벌이고 있습니다.

젊은 개미가 좋아하는, 혹은 공감할 만한 경험을 공유하는 광고 모델, 젊은 개미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리워드, 젊은 개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이모티콘까지. 제가 소개한 마케팅 사례들의 공통점은 주식 투자를 하는 ‘젊은 개미’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를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입니다. 공감과 개성, 유행과 특별함을 모두 중시하는 2030세대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마케팅 차별화가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쟁 속, 올해는 어느 증권사에서, 어떤 신박한 마케팅이 등장해 젊은 개미들을 사로잡을지 기대해봅시다!

 

이상 국민대 미디어플래닝 수강생 김민솔이었습니다. :)

 

 

 

<참고 자료>

땡큐 동학개미…증권사 4분기 순익 20% 'UP' 전망, 문지훈 기자
https://www.ajunews.com/view/20201227104013825
증권사 ‘빅5’ 3분기 순이익 또 1조 돌파하나, 신한나 기자
https://www.sedaily.com/NewsVIew/1Z99P3TT5Z
동학개미 따라 늘어난 증권사 광고비, 김민아 기자
https://paxnetnews.com/articles/72735
증권업계 광고전쟁…스타·이모티콘 부터 타임스퀘어 점령까지, 김민아 기자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1/04/14/20210414001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