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국가대표 대학 국민대에서 여러분의 미래를 그려보세요.”
안녕하세요. 정치외교학과 우인범입니다. 지금 보신 문안은 입시철을 맞아 국민대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광고 문안입니다. 누가 만들었느냐고요? AI 카피라이터 ‘뤼튼(;wrtn)’입니다. 상당히 자연스럽지 않으신가요? AI 카피라이터 뤼튼은 광고주가 광고할 기관, 제품, 서비스에 대한 키워드를 넣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광고 문안을 완성합니다. 단순한 카피뿐만 아니라 블로그 포스팅, 보도 자료, 구글 검색 광고, 제품 소개 등 다양한 목적의 문안 작성을 지원하며 톤 앤 매너조차 설정할 수 있습니다. 광고 문안 작성을 대신해주는 AI는 뤼튼뿐만이 아닙니다. 카카오 브레인은 지난 10월 광고 카피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KoGPT’를 공개했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 이상의 AI 카피라이터들이 현업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광고의 영역에서 AI가 활용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AI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광고효과 측정과 노출 향상을 위한 제언 등에 활용되어 왔고, 디지털 광고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Programmatic Ad의 핵심 기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소개드린 ‘뤼튼’과 같은 AI의 등장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광고 영역에서 AI가 인간의 보조적 역할을 넘어서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광고의 주체로서 전면에 나섰음에 있습니다. AI는 빅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브랜드 또는 상품/서비스에 대한 과거의 광고, 소비자의 반응, 오늘날의 트랜드 등을 조사하고 이에 맞춘 광고를 제작합니다. 이와 같은 과정은 AI가 스스로의 창의성을 발휘했다기 보다는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한 것에 가깝다고 여길 수 있으나 과거의 사례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DJgC_j2xiw
https://www.youtube.com/watch?v=rDEBTmYd-EY
지난 2016년 글로벌 광고회사 맥켄에릭슨(McCann Erickson)은 일본의 껌 브랜드 ‘클로렛츠’를 주제로 인간과 AI가 각각 제작한 광고를 동시에 공개한 바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인간과 AI가 만든 광고를 비교, 평가하는 설문에서 인간이 만든 광고가 54%를, AI가 만든 광고가 46%를 득표해 인간이 AI를 근소하게 앞질렀다는 점입니다.(두 가지 광고를 첨부할테니 어떤 광고가 인간이, 또 AI가 제작한 것인지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정답은 참고자료란에서 밝히겠습니다.) 또한 2018년 11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협력하여 왓슨이 작성한 카피와 대본에 기반해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체 광고의 감독은 인간이 맡았으나 광고의 스토리라인은 전적으로 ‘왓슨’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만의 능력인 창의성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광고 제작 과정을 AI가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hKw71AeOg4
Written by AI를 넘어 Directed by AI의 시대. AI가 광고를 기획, 제작, 집행하는 시대에서 광고의 윤리적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요? 인공지능의 윤리적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문제이며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 중 하나입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AI 챗봇 ‘이루다’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서두에 언급한 AI 카피라이터 ‘뤼튼’ 또한 윤리적 논란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일한 키워드에서 톤 앤 매너를 ‘과장’으로 바꾼 채 국민대학교 광고 문안을 다시 제작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것이 국민대학교인가요? 세계 최초로 모바일 강의를 개발한 것이 국민대학교인가요? 모두 거짓・허위광고에 해당합니다.
‘뤼튼’의 이와 같은 거짓・과장성 광고 문안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한 뒤 광고 문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하지 못한 개발자의 잘못일까요? 최신 광고 트렌드를 반영하는 ‘뤼튼’에게 거짓・허위 광고가 트렌드임을 알려준 과거의 광고주들일까요? 아니면 이루다 사태 이후에도 여전히 AI의 윤리적 책임을 법제화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책임일까요?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여전히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하는 만큼 광고 제작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범위는 넓어지고 있으며 우리의 고민이 길어질수록 훗날 AI가 제작한 광고에 의해 상처 받거나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은 분명합니다.
AI의 광고 제작을 거부할 광고주는 아마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AI는 저렴하고 효과적이며, 광고주가 원하는 타겟 소비자에게 적절한 매체로, 적당한 시간대에, 적합한 유형의 광고를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브랜딩이 우선이라는 둥, 최초상기도를 끌어올려야한다는 둥의 대행사 AE와 마찰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요.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윤리적 책임을 동반할 때만 이로운 결과를 내놓기 마련입니다. 통제되지 않은 기술, 특히 AI 딥 러닝 과정의 원리를 설명하지 못하는 현재 시점에서 AI 광고 제작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우려할만한 상황입니다. Directed by AI의 시대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미 도래했으며 십여 년 이내에 상용화될 수 있는 직면한 현실이자 미래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Directed by AI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까요? AI의 광고를 통해 상처 입을 사람들을 헤아려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광고계를 주도해나갈 광고학도인 우리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
* 맥켄에릭슨(McCann Erickson) 재팬의 '클로렛츠' 광고는 위쪽이 인간, 아래쪽이 AI가 제작한 광고입니다.
- 류준영(2022.10.21), [AI가 광고 문구 써준다... 뤼튼 AI 카피라이팅 오픈베타 실시],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102110470153095(2022.11.03)
- 이윤정(2022.10.13), [키워드 입력하면 AI가 광고 카피 써준다... 카카오브레인,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공개],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210131108001(2022.11.03)
- 김수경(2018.12.07), [AI로 진화하는 광고업계... 제작부터 효율화까지 못하는 게 없네], <뉴데일리경제>,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8/12/07/2018120700106.html(2022.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