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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소비자 트렌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공감하십니까?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들을 정리하면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출처 - 너덜트, 숏박스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숏박스, 이들은 4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넘겼고 너덜트 또한 7개월 만에 70만 구독자를 얻었습니다. 

틱톡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던 실생활 재연 틱톡커인 ‘사내뷰공업’ 또한 유튜브 채널 개설 2개월 만에 12만 구독자를 달성했는데요.

하이퍼 리얼리즘 콘셉트의 채널들은 짧은 시간, 빠른 구독자 수의 증가, 구독자 수를 능가하는 조회수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의 콘셉트인 하이퍼 리얼리즘, 일명 ‘현실고증’ 콘텐츠는 단기간 내에 많은 관심을 끌었으며 다양한 현실고증 채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이퍼 리얼리즘’은 어떻게 MZ세대를 열광케 만들었을까요?

 

하이퍼리얼리즘은 생활 밀착형 소재들을 현실감 넘치게 연출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하이퍼리얼리즘을 '삶을 살아가면서 겪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는 장르'라고만 정의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 속 상황을 중립적인 시선에서 현실성 있게 풀어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여백을 주어 사람들에게 각자의 해석을 풀어낼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 라는 점이 결과적으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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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는 넓은 시각, 세심한 관찰력과 꼼꼼한 준비성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330만 뷰를 거뜬히 넘었던 틱톡커 사내뷰공업은 1분이 채 안 되는 세로 동영상 안에 빈틈없는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과 웃음을 끌어내며 특히 조용한 모범생부터 일진까지 표현한 교실 모습, 분야불문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헤매는 20대 사회초년생의 모습 등 사내뷰공업은 10대와 20대의 여성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내뷰공업 PD는 자신의 Q&A영상에서 “학창시절 좀 잘 놀던 친구들의 경우는 노래방에 자주 다녀 항상 쉬어 있던 목소리를 표현했고, 사회 초년생을 표현했을 땐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살려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출처 - 사내뷰공업 유튜브 채널

개그맨 강유미가 운영하는 ‘강유미 좋아서 하는 채널’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영상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콘셉트’를 잡고 쭉 이어간다. 성형외과 원장, 미대 입시학원 선생님부터 아이돌을 ‘덕질’하는 여성의 브이로그까지 그의 스펙트럼은 넓고 구체적입니다. 

모든 영상마다 실제 영상 속 강유미가 표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해 공감가는 부분을 이야기하고, ‘이런 것까지 어떻게 알고 표현했나’하는 댓글을 달아 구독자들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출처 - 강유미 유튜브 채널

하지만 일상 속에서 소재를 뽑아내다 보니 부정적인 시선들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문돼의 온도입니다.

딱 붙는 구찌 티셔츠에 형광 반바지. 옆구리에는 클러치백을 끼고 있는 모습. 최근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 ‘문신돼지 패션’이라고 불리는 모습입니다. 유튜브 채널 ‘별놈들’에선 ‘문돼의 온도’라는 콘텐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스스로를 ‘99대장’(99년생들 중 싸움을 제일 잘한다는 의미)이라고 칭하며 거들먹거리는 유튜브 속 그의 모습은 “열받지만 재밌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문신 돼지 캐릭터가 등장하는 동영상 상당수가 조회수 100만을 넘었는데요. 댓글에는 ‘어디서 본 듯한 허세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을 똑같이 따라 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인물들의 특징을 극적으로 묘사해 풍자한 콘텐츠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99대장 나선욱’ 뿐만 아니라 조직 사회에 적응하지 않고 제멋대로 구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 직원을 풍자한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캐릭터도 흥행하고 있는데요. 

 

작년 12월 맑눈광과 그의 선배가 기 싸움을 벌이는 장면만 편집한 유튜브 쇼츠(1분 이내의 짧은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29일 기준 490만회를 기록했으며 비슷한 내용의 ‘MZ 오피스 진서연 편’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조회수 216만회를 넘었습니다. 게시된 영상에는 “조금 과장됐지만 회사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을 잘 살렸다”며 “진짜 우리 회사에 저런 후배가 있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런 캐릭터의 인기 비결은 사회적 지탄을 받는 대상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통쾌함을 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데요.

 

99대장 나선욱과 맑눈광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목격한 불편한 상황의 특징을 정확히 꼬집어 풍자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묘사해 웃음을 주면서도 시민들이 문제가 될 만한 행동들을 재차 비판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마련했다는 것이죠.

 

‘문신충’을 연기하는 99대장 나선욱의 인기는 실제 조폭들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공공연히 세를 과시하고 있는 실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문신을 드러내고 약자에겐 서슴없이 못된 짓을 하면서도 강자에겐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고개를 숙이는 이들의 모순과 허세를 정확히 끄집어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는 평가죠.

맑눈광도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이라는 현상과 맞물려 있는데요. 당돌함과 개인주의로 무장해 눈치를 보지 않는 신입사원의 모습이 20대들에게 인기라면, 이들과 함께 일하며 속앓이를 하는 40대 직장인들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닌 웃음을 선사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20년 발간한 ‘한국기업의 세대 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63.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한 현실에 공감하며 재밌게 시청하는 이들도 있지만 동시에 코너가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사회 초년생’인 경우가 많고 특히 ‘여자들의 기 싸움’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불쾌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출처 - 유튜브 생활변화관측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SNL이 MZ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이들이 친숙한 생활 이야기를 가지고 접근한 코미디를 선보인 것 같다”며 “코미디에 공감하는지, 조롱으로 느껴 불쾌한지는 객관적인 선이 있는 것이 아니지만 대부분 공감을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는데요. 

하 평론가는 “다만 풍자란 결국 조롱과 희화화가 포함되기에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고, 약자를 상대로 한 풍자는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이러한 풍자의 특성상 이전부터 SNL은 ‘정치 풍자’ 등 권력자 풍자를 하면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다양한 코너를 통해 그러한 균형을 보여줘야 한다. 풍자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풍자 대상에 대한 문제는 계속 지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최근 지상파가 아닌 OTT나 유튜브 등에서 흥행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불편한 사람은 안 보면 된다’는 경향이 강해진 현상도 언급되었습니다. 

정 평론가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지상파에서 코미디 프로를 할 때는 소재 등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왔지만 최근 OTT나 유튜브를 통해 코미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흥행작이 많아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경향이 있다”며 “이제 코미디 프로에서 정치 풍자보다 본능적 웃음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모두가 보는 지상파가 아니므로 자극적 소재도 많이 차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진 않지만, OTT나 유튜브를 통한 개그 프로는 ‘불편한 사람은 안 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강해지는 경향”이라고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사실 SNL에 대해 이 같은 지적은 처음이 아닌데요. 지난해 SNL코리아의 ‘인턴기자 주현영’이라는 캐릭터가 급부상하면서도 논쟁이 됐던 부분입니다.

배우 주현영씨가 연기하는 ‘인턴기자 주현영’은 사회초년생 20대 여성의 말투와 몸짓을 모사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해당 코너도 큰 인기를 끌었고 마찬가지로 “현실 고증이다”라는 반응과 “사회초년생, 특히 젊은 여성을 조롱하는 것이 불쾌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출처 - 유튜브 쿠팡플레이

당시 SNL제작진은 “20대의 애환을 다루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사회초년생, 특히 어린 여성을 무능한 사람으로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알아차린 듯 인턴기자 주현영을 이용해 거물 정치인을 인터뷰하는 데 이용하고, 앵커의 질문에 잘 정리된 대답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장 서사’를 쌓아나갔다. 이 때문에 인턴기자 주현영 캐릭터는 비판에 사라지는 캐릭터가 아닌, 공감을 사는 캐릭터로 계속 활용될 수 있었습니다.

 

하이퍼리얼리즘의 꾸준한 인기와 더불어 자극적인 콘텐츠가 만연한 지금, 앞으로 다양한 불편한 현실에 대힌 콘텐츠가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얀 여러분은 이것이 공감을 통한 재미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불편한 현실에 대한 조롱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출처:

http://m.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89358?cat=CAT24S

https://www.korea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544

https://www.chosun.com/entertainments/broadcast/2023/02/02/K4NIXTW7N33NTNEUJUSF4QU5LU/

https://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908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7814